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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김치

궁중김치

일본의 한 여행 전문가가 쓴 책을 우연히 읽었더니 각 나라의 공항에 도착하면 그 나라의 독특한 향을 느낄수 있다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향은 김치의 자극적인 냄새인 "발효향"을 느낄수 있다고 한 말이 기억이 난다.
 
 

최근 김치가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조류독감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김치를 우리 조상들은 과연 언제부터 먹었을까?

 
 
우리의 전통음식은 ‘약식동원(藥食同源)’ 또는 ‘식즉약(食卽藥)’이라 하여 ‘음식이 곧 약이 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무병장수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음식을 잘 먹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고 그런 가운데 질병을 미리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전통음식이 바로 ‘김치’이다.
 
우리민족은 오래전부터 채소 염장법인 김치를 즐겨 왔다. 김치에 관한 문헌상 최초의 기록은 약 3000년 전 중국 최초의 시집인 『시경(詩經)』「소아(小雅)」편에 ‘저(菹)’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밭두둑에 외가 열렸네. 외를 깎아 저(菹)를 담자. 이것을 조상께 바쳐 수(壽)를 누리고 하늘의 복을 받자”는 구절이 있는데 저(菹)는 오이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것으로 김치 무리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이를 비롯한 기타의 채소가 재배되어 『시경(詩經)』의 ‘저(菹)’와 같은 채소발효식품으로 식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되어진다. 우리나라 문헌상에 최초로 김치가 등장한 것은 고려 중엽의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의 시(詩) ‘가포육영(家圃六詠)’에 “장(醬)에 담그면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김치는 겨울 내내 반찬 되네. 뿌리는 땅속에 자꾸만 커져 서리 맞은 것 칼로 잘라 먹으니 배 같은 맛일세.”라는 문구가 실려 있다.
 
조선시대에 궁중의 김장에 쓰일 김치거리는  궁과 가까운 동네인 연지동(방아다리)에서 재배하였는데 , 그곳에서 기른 배추는 속이 꽉차고 힘줄이 적고 달다하여, 농부가 정성을 다해  처음부터 듬성듬성 심어 땅의 영양이 배추에 충분히 들어가게 키운것을 알 수 있다. 방아다리외에 마장동이나 왕십리, 훈련원(을지로6가)등에도 궁중용 채마밭을 지정하고 좋은 것만 진상토록 했으며, 특히 훈련원은 말을 다루는  군인들을 양성하던 곳이라 아마도 비료나 물, 키우는 농사법이 좋았던 터라 훈련원배추는 더욱 유명하였다한다.
 
구한말에는 김장김치를 천통쯤 담갔는데 배추김치는 젓국지라하여 조기젓국으로 김치국을 넉넉히해서 부으며 이외에 보김치, 석박지, 송송이, 동치미 등을 담갔다.
 
궁중의 김치는 고추가루를 많이 쓰지않고 새우젓, 조기젓, 황새기젓을 쓰며 지금처럼 멸치젓, 갈치젓 등은 쓰지 않으며 생해물인 낙지, 굴, 생새우 등을 넣었으며 무를 넉넉하게 섞어서 담으므로 국물도 많은 편이며 아주 시원하고 감칠맛이 많이 나는 김치였다 한다. 임금님은 젓국지보다는 석박지 (교침채)를 드셨는데, 배추의 중간부분과 무의 가장 맛있는 부분만을 택하여 처음부터 썰어서 담그고, 궁중동치미는 배를 많이 넣고 통유자를 넣어 은은한 향이 좋았다 한다. 특히,고종임금이 그동치미에 메밀국수를 말아먹는 밤참을 즐겼다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핵가족화로 인해 김장을 많이 담그지 않지만 옛날 궁중에서는 워낙 한번에 많이 담구므로 주방상궁들만으로는 안되어 바느질하거나 수를 놓는 상궁, 내인들도 모두 동원되어 한 열흘쯤 걸리면서 담갔다 한다.
 
궁중에서 즐겨 먹는 김치중에 정깍두기를 사대부집안에서는 태교음식으로 하였다 하는데, 한입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네모반듯하게 썰어 맵지도 짜지도 않게 만들어 담아 임산부에게 먹여, 뱃속의 아이가 바른 생각과 바른 마음을 품도록 하였다고 한다.
 
 사진. 강원도 향토음식 " 순무석박지 "
 
 
김치는 지역에 따라 기온차이가 있어 생산되는 재료도 다르고 김장을 담가 저장할 때도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소금 사용량, 젓갈 종류와 젓갈분량, 고추 사용의 형태와 분량, 부재료의 종류 등이 달라서 각 지방의 특색 있는 김치가 있고 같은 주재료의 김치라 하더라도 그 맛은 차이가 있다.
 
이북지방 에서는 기온이 낮으므로 소금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을 담백하게 하여 채소의 맛을 비교적 많이 유지할수 있도록 국물을 맑게 하고 젓갈로는 조기젓, 새우젓을 많이 쓴다. 반면 남쪽지방에서는 소금과 멸치젓을 많이 사용하여 짠맛이 많고 양념으로 마늘, 고춧가루, 생강 등을 많이 넣는다.
 
 사진. 경상도 향토음식 "깻잎김치, 우엉김치"
 
 
김치는 여러 가지 부재료와 향신료들이 어우러져 건강에 좋은 성분들이 생성되는데 채소에는 칼슘, 구리, 인, 철분, 소금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여 비타민 C는 물론이고 밥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필요한 비타민 B1(thiamin)의 흡수를 돕는다.
 
채소의 섬유소는 변비를 예방하고 결장염과 같은 질병을 예방해 준다. 김치가 익어감에 따라 항균 작용을 갖는데, 숙성 과정 중 발생하는 젖산균에 의해 새콤한 좋은 맛을 줄 뿐 아니라 장 속의 유해균의 작용이 억제되어 이상 발효를 막을 수 있으며 이외에도 김치는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데 비만, 고혈압, 당뇨병, 소화기계통의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김치는 또한 음양오행사상이 깃든 오방색음식의 대표음식이다. 옛날에는 김치는 ‘백채(白菜)’라고도 했었는데 이는 원래 배추의 흰색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생각된다. 김치는 주재료가 배추의 백색에 배추겉잎이나 파 등의 푸른색이 더해지고 고춧가루의 붉은 색과 배추속잎과 생강, 마늘 같은 황색 계열의 색이 더해진다.
 
그리고 검은 색은 젓갈류에 의해 더해지며 이로써 오색(五色)을 모두 포함하게 된다. 김치는 맛에서도 맵고(辛), 달고(甘), 시고(酸), 짜고(鹹), 쓴(苦) 오미(五味)를 갖추고 있는데, 일단 유산 발효식품으로 독특한 신맛이 있다. 여기에 고추의 매운맛, 양념과 과일 그리고 고추 자체의 단맛, 소금의 짠맛, 여러 가지 채소들의 쓴맛이 어우러져 오행(五行)의 조화를 이루고 오묘한 맛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우리만의 음식이 아닌 세계속의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김치! 이렇게 과학적인 음식을 외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조리법을 개발하고, 재료 및 방법을 표준화시킨다면, 전세계 가정의 식탁위에 우리의 김치가 자연스럽게 올라있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이 가까워 오지 않을까한다.

(윤숙자 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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