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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맛 "떡"

전통의 맛 "떡"

떡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음식으로 보통 멥쌀이나 찹쌀 또는 잡곡 등을 물에 불려 찌거나 삶거나 지져서 익힌 음식이다.
 
떡의 어원은 옛말의 동사 ‘찌다’가 명사가 되어 ‘찌기 → 떼기 → 떠기 → 떡’으로 변화된 것으로, 본디는 ‘찐 것’이란 뜻이다.
 
우리 민족이 농경을 시작하여 처음에 죽을 끓이고, 그 다음단계에서 시루에 쪄서 익힌 곡물을 만들던 시대부터 떡이 유래되었다고 추정된다. 1~2세기경 김해·웅천 등에서 시루가 출토되고 고구려의 안악 3호 고분벽화에는 시루에 무엇인가 찌고 있는 모습이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신라 유리왕 원년에 왕자인 유리(儒理)와 탈해(脫解)의 왕위계승과 관련된 기록이 있는데, ‘탈해가 유리에게 왕위는 용렬한 사람이 감당할 바 못되며, 듣건데 성스럽고 지혜로운 사람은 이(齒)가 많다고 하니 시험을 하여 결정하고자 하여, 두 사람이 떡을 깨물어 본 결과 유리의 치아 수가 더 많아 왕위에 올랐다.’고 하였다.
 
 
당시의 떡이 어떤 종류의 것이었는지 밝혀진 것이 없으나 깨물어서 잇자국이 선명하게 날정도의 떡이라면 흰떡이나 인절미, 절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제향을 모실 때의 차림음식이 기록되어 있는데, ‘조정의 뜻을 받들어 세시마다 술, 감주, 떡, 밤, 차, 과실 등 여러 가지를 갖추어 제사를 지냈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실들로 미루어 떡은 당시에 제사음식으로도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떡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생활에 밀착되어 온 뿌리 깊은 전통음식이고, 우리조상에게 좋은 별식이었다. 이를 반영하듯이 ‘밥 위에 떡’,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떡 본 며느리 같다.’,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 등 떡과 관련된 재미있는 우리 속담이 많다.
 
떡의 종류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시루에 찐 떡, 찐 다음 떡판이나 절구를 이용하여 친 떡, 기름에 지져서 완성한 지진 떡, 찰가루 반죽을 삶아 건져 낸 삶은 떡 등 크게 네 종류로 나눈다.
 
찌는 떡은 다른 말로 시루떡이라고도 하는데, 멥쌀이나 찹쌀을 물에 담갔다가 가루로 만들어 시루에 안친 뒤 김을 올려 익히며, 찌는 방법에 따라 다시 설기떡과 켜떡으로 구분한다.
 
설기떡은 찌는 떡의 가장 기본으로, 멥쌀가루에 물을 내려서 한 덩어리가 되게 찌는 떡이고, 켜떡은 멥쌀이나 찹쌀가루를 시루에 고물로 얹어가며 켜켜로 안쳐 찐떡이다. 예부터 한국인들은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 마다 시루떡을 이웃에게 돌렸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의문형 감탄사에 떡을 가져간 사람의 ‘돌떡이다’, ‘고사떡이다’라는 대답에 돌떡을 먹는 사람은 “아니 그 녀석이 벌써 그렇게 컸어!”라고 말하고, 고사떡을 먹을 때에는 “누가 편찮으신가”라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이어령 교수는 그의 저서 『디지로그』에서 우리네 사람들의 시루떡 돌림을 한집 한집 떡을 돌리며 이웃간 정보를 수집하고 정을 나눈다 하여, ‘시루떡 정보’라고도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흰 눈과 같은 하얀 백설기는 흰색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과 잘 어울리는 떡으로 순수함과 신성함을 상징해 경건한 제사가 있거나 아기의 백일, 돌 등 아주 특별한 날에 만들어 먹었다.
 
그 외에 치는 떡은 흰떡, 절편, 개피떡, 인절미, 단자류 등이 있고, 지지는 떡은 전병, 화전, 주악, 부꾸미 등이, 삶는 떡은 견단류와 단자류, 잡과병류 등이 있다.
 
떡은 우리의 식생활을 비롯하여 풍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식생활에 있어서는 제철에 나는 식품 재료로 그때에 맞게 조리해 먹음으로써 건강을 도모하는 한편, 명절을 중심으로 세시풍속 행사에 빈부차이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빠짐없이 만들어 먹었던 떡이었다.
 
정월 초하루에는 흰떡을 만들어 떡국을 끓여서 차례상에 올리고, 온가족이 함께 한 그릇씩 먹는 것으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여겼으며, 정월대보름날에는 찹쌀을 쪄서 밤 ․ 대추, 설탕을 섞고 참기름과 진간장을 쳐서 버무린 뒤 오랜시간 쪄낸 약식을 절식으로 즐겼다. 음력 2월 초하룻날에는 송편을 쪄서 종들 나이수대로 나누어 주며, 농사일이 시작되는 절기에 노비들을 격려하기도 하였다.
 
삼짇날에는 찹쌀가루 반죽에 진달래꽃잎을 얹어 번철에 지져 꿀을 발라먹는 화전을 비롯하여 어린쑥을 넣어 만든 절편과 쑥단자는 봄의 대표적인 절식의 하나였다.
 
석가탄신일인 4월 초파일에는 느티떡과 장미화전을, 음력 5월 5일에는 수리취떡과 복숭아나 살구 등 과일즙으로 반죽하여 찹쌀 경단을 만들고 삶아서 잣가루를 입힌 도행병은 단오 절식이라 하여 모두가 이를 즐겼다.
 
유월 유두절에는 쌀가루에 막걸리를 넣어 발효시킨 후 찐 증편을 먹었고,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날에는 백설기를, ‘양수(陽數)가 겹친다’하여 명절로 삼았던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는 국화전을 10월 상달의 마지막날에는 집집마다 시루떡을 만들어 고사를 지냈다.
 
 
 
떡의 종류가 이처럼 다양할 수 있는 것은 그 주재료가 쌀이기 때문이다. 곧 주재료인 쌀이 다른 재료와 맛이나 색, 모양면에서 그만큼 잘어울린다는 얘기다. 쌀은 아무리 먹어도 싫증나지 않는 맛과 성질을 지니고 있어 쑥이나 무, 콩 등 무엇을 넣든 그 맛이나 모양, 색이 그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쌀에서 부족한 단백질이나 지방, 비타민을 보충하여 얼마든지 영양가 높은 건강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떡은 색상과 형태의 아름다움에 있어서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쑥·모시풀·송기·치자·오미자·감 등 자연에서 채취한 각종 재료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떡의 여러 가지 신비한 색깔과 갖가지 자연의 모양을 본따서 빚어 만들고 찍어 낸 떡은 조형미에 대한 조상들의 높은 안목을 가늠케 한다.
 
요즘에는 떡을 손수 빚거나 해먹는 가정은 찾아보기 힘들어 지고 있으나, 다행히 최근에는 우리 고유의 전통식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되고 웰빙 음식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면서 국가 및 식품기업들이 너도나도 다양한 떡 개발에 힘쓰고 있다.
 
우리네 먹거리인 전통 떡에도 알록달록 색깔을 다양화한 새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 것에 익숙치않은 신세대나 외국인들을 위해 전통의 맛은 살리고 현대적인 감각에 맞는 떡을 선보이며 오색송편과 홍차를 넣은 홍차송편, 녹차송편 등 이색 송편도 봇물을 이루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어 전통음식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기쁜 일이 아닐 수 있다.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간식이자 밥의 대용식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떡이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윤숙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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